오늘의 아빠 요리...

노치융
2024-06-19 11:02:02
사실 요리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귀찮은 일들입니다.

요리 하나를 만들려면 우선 재료를 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재료를 준비하려면 재료 구분하는 것부터 공부해야 합니다.
재료가 신선한지? 또 하고자 하는 요리에 맞는 재료인지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요리의 종류에 따라 들어가는 새우의 종류가 다른 것처럼요.
재료를 사오고도 재료를 손질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재료를 다듬고 준비하는 것도 쉬운 게 아닙니다.
오징어 껍질은 키친 타월로 문질러서 벗겨야 하고 빨판은 소금으로 씻고 밀가루로 다시 또 씻어야 합니다.
양파와 호박은 두툼하게 채썰기도 하고 얇게 채썰기도 합니다.
이렇게 준비된 재료를 볶기도 하고 삶기도 합니다.
그것도 센 불에서 볶기도 하고 혹은 약한 불에서 천천히 볶기도 합니다.
타지 않게 수시로 저어주기 까지 해야 합니다.

그렇게 음식이 완성되고 나면 식사를 합니다.
다행히 맛있으면 좋겠지만, 가끔 탄 내가 나서 음식을 망치기도 합니다.
식사 후에는 또 설거지를 해야 합니다. 기름기 있는 그릇은 따뜻한 물로 잘 씻어야 하고
행주에 묻은 양념은 뜨거운 물로 세제를 묻혀 비벼서 잘 제거해야 합니다.
그렇게 마무리 된 한 끼의 식사는 준비 시간과 요리 시간 뒷정리 시간까지 하면
반나절이 훌쩍 정신없이 지나고 말 겁니다.

이 바쁜 세상에 이렇게나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어림없습니다. 차라리 간단히 라면 하나로 때우던지, 밖에서 한 끼 해결하고 말지...
뭘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 시간 아깝게시리...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고 말지
하고 싶은 일도 얼마나 많은데......

저는 금년 1월부터 아빠 요리 교실을 다니고 있습니다.
매주 화요일 아빠 요리 교실에서 요리를 하고 있습니다.
화요일 저녁이 되면 아내가 집에서 제가 해 오는 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해 오는 음식이 맛있답니다. 그 말을 믿기는 어렵습니다.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는지, 아님 요리 교실 계속 나가라고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말은 믿을 수가 없는데, 제 입맛에는 제가 한 음식이 맛있긴 합니다.
거기다 약간의 반주를 곁들이면 참 세상 꿀맛입니다.
지난주엔 김치 비빔국수를 했는데 왜 국수에 소주 한잔이 맛있냐구요......

아직 집에서 배운 요리를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전 아직도 요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싫습니다.
라면으로 때우든지, 아님 밖에서 한 끼 해결하든지......

조금씩 제 생각이 바뀌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셰프님이 자꾸 저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요리 교실을 매월 나가고 있는 걸 보면요...

아버지로서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보게 됩니다.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바쁘게, 정신없이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앞으로만...

요리를 하면서 생각합니다.
이 귀찮은 일들이 앞으로 나에게 어떤 의미로 만들어 지는 것일까?
내가 하는 요리를 먹고 맛있어 하는 가족이 있다면 그것이 행복일 수도 있지 않을까?

7월에도 아빠 요리 교실에 나갈 것입니다.
가서 셰프님의 무차별적 공격에 무너져 내려보려고 합니다.

댓글

  • 송하청

    2024.07.01 15:45

    노치용님은 정말 다재다능하며 끼가 많은 분입니다. 1월에 처음 만났을 때 정년 퇴직을 하면 가족들에게 요리를 해 주기 위하여 참석을 하였다고 말씀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요리 무용론을 외치는 데 겉으로 하는 말씀이고 같이 요리를 해 보니 손 놀림도 빠르고 감각이 있는 분입니다. 글을 읽어 보니 달필이시네요. 노치융님의 생각을 무너뜨리는 데 일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