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07. 12. 월간방배동] 노래를 부르는 지금, 이 순간

아버지센터
2022-07-14 14:31:35


나는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다가 성악을 선택하여 레슨을 꾸준히 받고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 육아를 함께하며 자연스레 취미 생활을 잠시 쉬어가고 있을 즈음, 코로나 19까지 생겨 지난 4년 동안 레슨을 받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하는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 19가 찾아오면서 가장 크게 생긴 변화 중 하나가 사람과의 교류가 점점 줄어들고 함께 뭔가를 하는 것들에 제약이 너무 많아 졌다는 것이다. 모든 것들이 점점 낯설어졌고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가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 때, 친한 지인이 <서리풀 남성 아마추어 콩쿠르> 공지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서 참가를 권유 했다. 그 분은 내가 성악을 배우고 있다는 것 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공지문을 봤을 때 팍팍한 세상 살이에서 해방을 알리는 신호탄 같았고 다시 한 번 내가 도전할 수 있는 장이 열린다는 생각에 흥분 반, 걱정 반 미묘한 감정들이 올라왔다. 2주 정도 계속 갈팡질팡 고민하다 지금 시작을 해야 다시 어떤 일이든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고민을 뒤로하고 신청을 해버렸다. 신청을 하고 나서 예전에 레슨 받았던 녹음들을 하나씩 다시 찾아 듣고, 악보를 찾아 불러보았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꾸준히 레슨을 받을 때의 나와 현재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선생님께 다시 레슨을 받기 시작했지만 지난 4년의 공백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콩쿠르까지는 너무 짧은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한국 가곡 ‘연’이라는 노래를 우여곡절 끝에 선택했고 남는 시간마다 차 안에서 부르고 듣고 부르고 듣고를 반복하며 준비를 하여 콩쿠르에 참여하게 되었다.


경연장소에 도착하니 연미복을 준비하신 분, 속으로 계속 노래를 외우고 계시는 분, 나이 지긋한 어르신까지 생각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계셨다. 나와 다른 참가자들이 하나의 목표로 경연에 참여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설레었다. 경연의 떨림보다는 드디어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기쁨의 웃음이 더욱 짙게 내 입가에 번졌다.
그래도 경연은 경연인지라 다른 사람들의 노래 실력은 어떨지, 과연 나는 다른 참가자보다 잘 할 수 있을지, 그리고 등수 안에 들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참가에 목적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속내는 당연히 상을 받기를 희망했다.
B조에 속해있던 나는 사람들과 함께 리허설을 준비하였다. 오전부터 노래를 부르려니 목은 잘 풀리지도 않았고 경연 시간이 다가올수록 묘하게 긴장이 계속되었다. 리허설이 시작되고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진심으로 그들의 노래에 박수를 칠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연을 하고 있는 이 순간 자체가 너무나 즐거웠다.
수 백 번 불러 본 곡인데도 역시나 본 무대에 올라가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대로 노래가 불려지고 있었다. 준비한 만큼 최선을 다하여 노래를 마치고 나니 다음 번엔 진짜 이보다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가 발표되고 나는 우수상이라는 좋은 성적을 받게 되었다. 이 경연을 계기로 그동안 이런 저런 핑계로 못했던 노래를 다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좋은 전환점이 되었다. 만약 내년에도 다시 콩쿠르가 열린다면 1년 동안 알차게 준비하여 대상까지 받을 수 있도록 다시 도전하고 싶다.




방배동 주민 아마추어 성악가 장근우


[출처] 노래를 부르는 지금, 이 순간|작성자 월간 방배동